금일, H조의 첫 번째 조별예선 경기로 대한민국이 우루과이와 맞붙었습니다. 경기 살펴보겠습니다.

플랜A

대한민국은 4-2-3-1을 들고나왔습니다. 못 나올 것으로 이미 예상되었던 황희찬 대신 오른쪽에 나상호가 나왔고, 투볼란치는 정우영과 황인범이 위치했습니다. 풀백에 체력과 주력이 준수한 김문환과 김진수를 배치하여 우루과이의 측면을 노리고자 했는데요, 특히 김문환과 나상호가 오른쪽에서 보여주는 연계를 노린 선발 라인업이었습니다. 또한 손흥민은 여느때처럼 측면에 치우치지 않고 자주 내려와 볼을 받고 내주는, 빌드업에 관여하는 롤을 맡았습니다.  수비시에는 플랫한 4-4-2형태를 갖추며 우루과이의 공격을 저지하려고 했던 대한민국이었습니다.

우루과이는 4-3-3을 들고나왔습니다.  센터백은 노장 디에고 고딘과 호세 히메네즈, 중원은 발베르데, 베시노, 벤탕쿠르가 나왔으며 공격진은 수아레즈, 펠레스트리, 누녜즈가 나왔습니다. 아무래도 수아레즈는 고령이다보니 내려오지 않고 최전방에 머무르며 골 작업에 집중하는 움직임을 가져갔고 대신 누녜즈가 많은 활동량을 보여주며 공격을 이끌었습니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본래 베시노의 역할이라고 예상됬던 롤을 벤탕쿠르 맡고 베시노는 수아레즈가 위치한 최전방 라인까지 압박을 가할 정도로 높은 위치에서 플레이했습니다. 그리고 전반전의 발베르데는 높은 위치에 있기보다는 밑에서부터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이는 후반전과 달라지는 포인트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공격시에는 카세레스-디에고 고딘-히메네즈의 3백 형태로 수비진이 바뀌고, 올리베라의 과감한 전진으로 공격형태가 보였습니다. 

 

한국이 주도적인 경기를 펼친 전반전

전반전 대한민국은 경합을 제외하면 약 20퍼센트의 점유율을 더 가져갈 정도로 주도적인 경기를 운영했습니다.  정우영이 일차적인 안정감을 보유했고, 황인범은 특유의 볼 컨트롤과 시야로 중원싸움에 일등공신이었으며 이재성은 곳곳에 뛰어다니며 볼 탈취에 힘쓰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또한, 앞서 언급했던 나상호는 김문환과 우측에서 계속해서 연계를 해나가며 올리베라를 고전시켰고, 간혹 나오는 카세레스 쪽의 빈공간을 김진수와 손흥민이 잘 공략했습니다. 결국 한국은 전반전 김문환이 하프스페이스에서 받은 패스를 컷백으로 연결했고, 황의조는 오픈 상태에서 빅찬스를 맞이하는 등 위력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찬스를 놓친 황의조의 슈팅은 아쉬웠습니다. 

전반전 가장 큰 찬스를 맞이했던 황의조

 

반면 우루과이는 한국에게 점유율을 헌납하고 주로 고딘, 히메네즈의 롱패스를 주 공격루트로 이용했습니다. 짧은 패스를 이용한 공격을 하지 않다보니 우루과이의 중원은 벤탕쿠르 혼자 지키는 모습이 많았는데요, 그만큼 중원에서 한국에게 꽤 많은 공간을 내준 우루과이였습니다. 하지만 우루과이 역시 위력이 있었습니다. 코너킥 상황에서 디에고 고딘이 헤더로 대한민국의 골대를 맞추는 장면이 있었는데, 예로부터 글러치 능력이 있는 디에고 고딘의 '수트라이커' 다운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전반전의 수아레즈는 거의 보이지 않다시피 했습니다. 기동력이 떨어지다보니 스스로 공을 끌고 올라가는 장면이 없어 그런 것일 수 있는데요, 애초에 우루과이가 지공상태에서 펼치는 공격 작업이 없다보니 수아레스의 영향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후반전, 점유를 가져온 우루과이

후반전의 우루과이의 경기력은 확 달라졌습니다. 먼저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발베르데의 위치 변화입니다. 전반전과 다르게 발베르데는 높은 위치에서 플레이를 했습니다. 레알마드리드에서도 이 선수의 가장 무서운 점은 킥을 이용한 공격작업 및 활동량이었기 때문에 전반전 이 선수의 위치가 나름 아쉬웠는데, 후반전에 그나마 발베르데가 돋보였습니다. 결국 발베르데는 특유의 엄청난 중거리 슈팅으로 대한민국의 골대를 강타했습니다.

후반전 우루과이를 이끈 발베르데

또 달라진점은 공격시 3백은 유지되었으나 히메네즈와 고딘 사이로 베시노가 내려가며 라볼피아나와 같은 모습이 있었고, 벤탕쿠르와 발베르데가 빌드업에 덜 관여하면서 높이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이렇다보니 전반전 뒤졌던 점유율을 뒤집을 정도로 후반전, 특히 경기 막판으로 갈수록 경기를 주도했던 우루과이입니다. 

우리나라는 황의조 대신 조규성, 또 중원에 이강인, 손준호가 투입되었습니다. 이강인은 좋은 퀄리티의 패스, 드리블을 선보이며 좋은 활약을 했고, 조규성도 고군분투 했습니다. 

 

대한민국의 페드리? 황인범

제가 꼽은 오늘 대한민국의 최고의 선수는 황인범입니다. 벤투호의 황태자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그의 오늘 볼키핑, 전진, 창의적인 패스가 눈에 띄는 좋은 경기력이었습니다. 또 가끔씩 직접 중거리 슈팅으로써 우루과이의 골대를 겨냥하려 했던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빌드업 시 일차적으로 수비진으로부터 볼을 받고 돌아서 전진하는 과정이 너무나 매끄러웠습니다. 보통 미드필더의 자신감을 어디서 평가하는가하는 문제는 볼을 받고 돌아설 수 있는가?에서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오늘 황인범은 빌드업에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그는 혼자서 우루과이의 중원에 위력을 과시하며 좋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좋은 활약의 황인범

 

아직 건재한 백전노장, 디에고 고딘

이번 카타르에서의 라스트 댄스 주인공 중 한명인 디에고 고딘은 이 경기에서 여전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주력이 줄어 뒷공간을 종종 노출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으나, 커버를 들어가는 수비지능,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여전한 위력, 전방에 가하는 세밀한 롱패스를 보면서 다시 예전의 아틀레티코 고딘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단연 돋보였던 디에고 고딘

 

정리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던 경기와는 달랐습니다. 한국은 우루과이 상대로 승점 1점을 챙기며 일단 아주 좋은 출발을 알렸습니다.

-승점 1점과 더불어 한국의 경기력이 아주 좋았다는 점도 주목해야합니다. 이것은 분명 비판이 존재하기도했던 벤투 감독의 공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선수들의 투지도 보였습니다.

-우루과이는 발베르데 이용의 고민을 더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세컨볼을 어떻게 발베르데가 노릴 수 있을지, 발베르데의 킥이 누녜즈, 펠레스트리에게 어떻게 연결될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마치며

너무나 기분 좋은 무승부입니다. 물론 경기력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한골이라도 넣은 뒤 승리하는 그림이 더 이상적이겠지만, 과한 욕심이려니 합니다. 다음 펼쳐지는 가나전도 기대되는 대한민국입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 대한민국의 16강 진출을 응원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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