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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23 시즌 세리에A 리뷰] 유벤투스vs로마

우물 파는 남자 2022. 8. 28. 19:49

금일 새벽 1시 30분, 알리안츠 스타디움에서 유벤투스는 로마를 상대했습니다.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디발라 선수가 유벤투스에서 로마로 이적하면서 이 경기는 디발라 더비가 되었는데요, 전 시즌부터 계속해서 비판을 듣고 있는 알레그리 감독과 트로피 가뭄에서 값진 유로파 컨퍼런스 리그 트로피를 따낸 무리뉴 감독, 두 베테랑 감독의 대결을 소개합니다.

플랜 A

두 감독의 전반전은 플랜A가 뚜렷했습니다.

알레그리 감독은 영입생 포그바와 디마리아가 부상으로 결장한 가운데 미레티, 로카텔리, 라비오로 중원을 구성하고 콰드라도를 우측면에서 계속해서 내려오도록 하면서 중원 숫자 우위를 계속해서 가져가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또한, 블라호비치, 코스티치, 콰드라도의 전방압박을 적극 활용하여 로마의 3백을 공략하는 모습이 있었는데, 여기서 로마는 계속해서 실수가 나오고 위험 지역에서 프리킥을 많이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실제로 유벤투스의 첫 골도 블라호비치의 환상적인 프리킥 득점이었는데, 이 프리킥 또한 전방에서 유벤투스가 수많이 얻어낸 프리킥 중 하나였습니다. 또한 수비진은 더리흐트가 뮌헨으로 이적한 가운데 브레메르의 짝꿍으로 다닐루를 선택한 알레그리 감독이었는데, 이 경기에서 다닐루는 마치 전문 센터백인 양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었습니다. 팀 내 최고 평점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다닐루였습니다.

무리뉴 감독은 이전 경기들과 별 다름이 없이 3-4-3을 들고 나왔습니다.  멤버 구성도 예상 라인업과 동일했는데요, 스피나촐라와 펠레그리니가 좌측면에서의 빌드업을 돕고 한번에 타미 에이브러햄의 뒷공간 공략을 노린 패스 위주의 공격 전개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사실 전반전 로마는 유의미한 공격 기회를 거의 만들지 못하다시피 했는데, 그 이유로 두 가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전반전 로마의 아쉬웠던 점

1. 라인 사이의 간격

사실 이 경기에서 로마의 라인 간격 문제는 경기 내내 지속되었습니다. 라인과 라인 사이가 너무 넓다보니 넓은 커버 범위를 자랑하는 콰드라도나 미레티 선수가 라인 사이를 공략하며 로마를 괴롭히는 모습이 있었고, 블라호비치 선수가 내려와서 볼을 받기도 더욱 수월한 양상이 있었습니다. 로마의 백3 이바네즈, 스몰링, 만치니의 수비 집중력이 빛났기 때문에 1실점 밖에 허용하지 않았지만, 이 라인 간격 문제는 유벤투스로 하여금 훨씬 쉽게 공격을 전개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큰 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 넓은 라인은 로마의 빌드업에도 좋지 못합니다. 수비진으로부터 패스를 받는 중원의 4명까지의 거리가 길다보니 유벤투스가 패스 차단을 하기가 더 쉽습니다. 실제로 이 경기 로마 중원의 4명은 볼을 받고 플레이 할 여유가 없다보니 딱히 좋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라인 관리에 문제를 보인 로마

2. 백3로 인한 숫자 싸움 불리->압박 고전

백3를 계속 사용하고 있는 무리뉴 감독의 로마는 이 경기의 전반전 사실상 포메이션으로부터 카운터를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유벤투스가 라인을 올려 로카텔리, 라비오, 미레티와 함께 콰드라도나 코스티치가 내려와 로마의 중원을 감쌌고, 결국 로마는 패스길이 막히자 빌드업에 문제를 보이는 동시에 백3를 혼란하게 하는 블라호비치와 콰드라도 등의 압박으로 자주 볼을 뺏기거나 위험 지역에서 불필요한 태클로 프리킥을 많이 허용하였습니다. 그래서  "무리뉴 감독이 후반전에 백4를 가동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드는 전반전이었습니다.

 

후반전, 무리뉴의 과감한 백4 변형

무리뉴는 전반 경기력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하프타임에 만치니, 스피나촐라를 빼고 잘루스키와 엘 샤라위를 투입해 433으로의 변형을 꾀했습니다. 풀백의 관여로 중원 숫자를 늘려 전반전 밀렸던 숫자 싸움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입니다. 비록 약 10분동안 고전했던 로마지만, 로마는 서서히 분위기를 잡아갔습니다. 폼이 별로 좋지 못했던 칼스도르프를 빼고 이적생 첼릭을 넣은 로마는 더이상 압박에 시달리지 않았고, 짧은 선수들 사이의 거리로 패스가 용이해지자 공격이 풀리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또, 잘루스키 선수는 드리블에 강점을 보이면서 전반전 폼이 별로 좋지 못했던 스피나촐라의 대체를 훌륭히 해냈습니다. 그렇게 후반 69분 얻어낸 코너킥 기회에서 로마는 디발라의 논스톱 발리 킥이 바닥에 튕긴 이후 타미의 머리로 향했고, 타미는 헤더로 밀어 넣으며 동점골을 만들었습니다. 정말 몇번 오지 않았던 기회에서 천금같은 골을 만들어낸 로마였습니다. 무리뉴 감독의 백4 변형은 결과적으로 아주 좋은 전술 변화였다고 생각됩니다. 플랜A에서 문제를 보이자 과감한 대응 전략으로 후반전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모습은 마치 몇일 전 제가 포스팅 했던 토트넘vs첼시 매치의 콘테 감독이 떠오르는 모습이었습니다.

후반 60분을 기점으로 완전 분위기를 바꾼 로마

 

애매하고 늦는 판정, 마시밀리아노 주심

이 경기의 주심을 맡았던 마시밀리아노 이라티 주심은 경기 내내 애매하면서도 늦는 판정을 보여주어 양쪽의 빈축을 샀습니다. 딱히 논란의 여지없이 확연히 오프사이드로 보이는 공격 장면에서 휘슬을 불지 않거나, 태클이나 핸들과 같은 장면에서 계속해서 늦게 휘슬을 불면서 경기에 계속해서 영향을 끼치는 모습이 있었는데요, 개인적으로 주심은 항상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이번 경기 마시밀리아노 주심은 상당히 아쉬웠습니다.

 

정리-유벤투스

-키에사, 디마리아, 포그바 등 전력감의 자원들의 부상이 많았지만 라비오, 미레티, 로카텔리가 보여준 중원 활약이 괜찮았습니다. 포그바 선수가 들어왔을 때 알레그리 감독이 어떤 롤을 부여할 지 지켜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콰드라도의 활동량은 나이가 들어도 줄지 않는 것 같습니다. 상대 진영에 깊이 침투하여 압박하는 모습부터 밑으로 내려와 빌드업을 돕기까지 매우 활발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블라호비치의 환상적인 프리킥을 보면서 이 선수의 새로운 시즌이 다시 기대됩니다. 맨시티의 홀란드 선수에게 요즘 이목을 빼앗긴 감이 있지만, 여전히 젊고 위력적인 스트라이커 중 한명입니다.

-브레메르와 다닐루 선수가 아주 좋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특히 다닐루 선수의 센터백 기용은 이번 시즌처럼 부상 병동이 심한 유벤투스에게 한 줄기의 빛과 같은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키엘리니가 없어도 유벤투스의 센터백 라인은 여전히 위력적입니다.

-미레티 선수가 눈에 띄었습니다. 왕성한 활동량은 물론이고 공격 작업에서 링크 역할을 해주거나 때로는 침투하여 골을 노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가진 툴이 많아보이는 자원입니다.

 

정리-로마

-여전히 강한 백3입니다. 특히 스몰링 선수는 반칙을 허용하는 장면이 조금은 있었지만, 최고 평점을 받으며 매우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고, 만치니 선수로부터 나오는 롱패스는 로마의 공격 루트가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바네즈 선수 역시 안정감이 있었습니다.

-잘루스키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유벤투스에 미레티 선수가 눈에 띄는 젊은 자원이었다면 로마는 잘루스키입니다. 드리블 능력이 매우 좋고 킥 능력이 더욱 가미된다면 스피나촐라의 대체자로서 잘 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엘 샤라위가 측면에서 보여주는 파괴력이 여전하다고 생각합니다. 전 시즌부터 그랬지만, 때때로 이 선수가 보여주는 크랙 기질이 공격에 있어서 중요하게 작용할 때가 많습니다.

-타미는 이번 시즌도 타미입니다. 빠른 주력으로 유벤투스의 뒷공간을 계속해서 공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골 장면에서도 쉬운 기회라고 할 수 있겠지만 놓치지 않으면서 로마의 승점 1점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패스미스가 많았던 점이 아쉽습니다. 확실히 연결이 가능한 장면에서도 서로 호흡이 맞지 않으면서 패스미스가 많았던 로마입니다. 특히 마티치 선수가 패스 타이밍을 조금 더 빠르게 가져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피나촐라 선수의 킥도 아쉬웠습니다.

-플랜A의 윙백이 모두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것은 후반 스피나촐라와 칼스도르프의 교체로 들어온 잘루스키와 첼릭인 모두 좋은 모습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두 선수의 적극적인 활용이 이루어진다면 로마로서도 더 좋은 시즌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치며

이번 시즌 제가 처음으로 본 세리에A 경기였는데, 골이 많이 터지지는 않았지만 나름 재밌게 본 경기였습니다. 앞으로 세리에A 경기에도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경기였습니다. 올 시즌 알레그리 감독은 자신을 향한 비판의 화살을 돌려놓을 수 있을지, 또 무리뉴의 2년차 로마의 과연 그 공식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