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바오와 마요르카가 빌바오의 홈 구장 산 마메스 바리아에서 라리가 개막전을 치뤘습니다. 쿠보를 떠나보낸 마요르카는 라이코비치 골키퍼가 라리가 데뷔전을 치뤘고, 빌바오는 후반 신입생 구루제타의 빌바오 데뷔가 이루어졌던 경기입니다.
플랜 A
빌바오는 현재 주전 센터백 이니고 마르티네즈가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비비안과 예레이 알바레즈를 센터백으로 기용하고, 베르치체를 왼쪽, 데 마르코스를 오른쪽 풀백으로 두어 백4 경기를 운영했습니다. 그리고 경기에서 사실상 피보테 위치에서 플레이한 베스가, 그 앞에 산세트, 무니아인이 자리를 잡았고 공격진은 이냐키 윌리엄스, 비야리브레, 베렝게르로 구성되었습니다. 바르셀로나 감독직에서 경질된 이후 빌바오 소속으로 라리가에 컴백한 발베르데 감독이 어떤 경기를 보여줄 지 관심이 많이 쏠렸었는데요, 측면에서 이냐키 윌리엄스의 스피드를 이용한 돌파를 적극 이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비야리브레 선수를 사실상 폴스나인처럼 전방에서 활발한 압박 및 밀집한 마요르카의 센터백진을 이끌어내도록 이용했습니다. 또한, 베렝게르와 베르치체의 좌측면에서의 연계가 돋보였고, 베스가 선수의 틈틈이 나오는 킬패스, 그리고 중거리 슈팅을 이용하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지금 계속 빌바오가 어떻게 마요르카의 수비진을 공략하는 지에 대한 얘기만 나열한 것은 바로 이 경기의 전반적인 내용이 빌바오의 압도적인 점유율 바탕의 일방적인 공세가 주를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대부분의 시간을 공격하는데에 쏟을 것을 알고 나온 빌바오의 플랜 A였습니다.
마요르카는 백5를 운영했습니다. 하지만 빌드업시나 역습시에는 오른쪽의 마테오 선수가 미드필드진과 같이 올라가며 451 형태의 공격이 보였습니다. 경기의 대부분을 빌바오에게 내준 마요르카였기에 일방적으로 수비만 하게 된 양상이 있었는데요, 무리키를 제외한 백5, 그리고 미드진의 4명이 완벽히 플랫한 일자형태를 유지하며 최대한 빌바오에게 공간을 주지 않으려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공격시에는 이강인 선수의 탈압박, 드리블을 이용해 볼을 운반시키고, 주로 크로스를 이용해 무리키의 머리를 이용하는 전술이 있었는데, 사실상 이것이 마요르카의 공격 루트의 전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공격의 다양한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또, 이 공격루트마저도 마요르카가 안정된 상태에서 크로스를 올릴 만큼 공격 주도를 하지 못하니 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순간적으로 스피드를 내어 상대팀의 뒷공간을 노릴 수 있는 스트라이커 혹은 윙어의 영입이 이루어진다면 더 좋은 새 시즌을 보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라리가에 잔뼈가 굵은 감독, 에르네스토 발베르데의 '컴백'
감독 커리어의 대부분을 라리가에서 보낸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감독이 바르셀로나에서의 경질 이후 다시 돌아왔습니다. 발베르데 감독의 바르셀로나 이전 모습을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바르셀로나에서의 발베르데 감독은 공격 시 기본적으로 백4에 기반한 비대칭 전술을 이용했습니다. 사실 비대칭이랄 것까지도 없는게, 당시는 메시가 바르셀로나의 모든 빌드업과 공격에 주인공으로서 관여했기 때문에 네이마르가 나간 이후 좌측 공격은 조르디 알바와 이니에스타가 주로 맡았습니다. 즉, 메시쪽으로 상대 선수들이 몰렸을 때 왼쪽에 침투하는 알바나 이니에스타에게 메시가 패스를 찔러주고, 그들이 마무리 혹은 메시나 수아레즈에게 컷백 이후 마무리가 주 공격 루트였습니다. 세부 전술이 뛰어나다기보다 당시 이름값 있던 바르셀로나의 선수진을 활용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발베르데 감독은 후반 70분이 지나는 시점부터는 442를 많이 이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442 변환과 함께 이루어지는 선수 교체를 봤을 때 느껴지는 점은 공격에 치중하기보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꾀한다는 점입니다. 세르지 로베르토를 넣거나, 아르투로 비달을 넣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442 운영은 향후 빌바오 감독으로서도 강팀을 상대할 때 꽤나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것이, 마치 시메오네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두줄수비 운영처럼 레알마드리도, 베티스와 같은 공격에 강점이 있는 팀들을 상대할 때 이른바 잠금 수비로 공간을 내주지 않고, 비야리브레와 이냐키 같은 속도있는 선수의 역습으로 강팀을 괴롭히는 식의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강팀을 까다롭게 잘 공략해온 빌바오의 그동안의 이미지에 잘 맞는 전술운영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가 듭니다.
다만, 선수 교체와 로테이션에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 그리고 토너먼트에서는 실망스러운 경기력 및 부족한 위닝 멘탈리티가 드러난다는 점은 계속적으로 지켜볼 점입니다. 그나마 선수 교체와 로테이션은 바르사 말기에 꽤나 고치는 모습이 보였지만, 토너먼트에서 계속해서 역전을 허용하거나, 중요한 결승전에서 트로피를 가져오지 못한다는 점은 여전히 의문점이 남아있습니다. 빌바오가 앞으로 코파델레이나 수페르코파, 혹은 다른 유럽 무대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이제 에르네스토 발베르데에게 남아있습니다.
두 차례의 골대, 아쉬운 빌바오의 결정력
빌바오는 이날 경기에서 두 차례 마요르카의 골대를 강타했습니다.
첫 번째는 베스가의 왼발 중거리 슈팅이었는데요, 킥에 강점이 있는 베스가 선수가 회심의 왼발 중거리 슈팅을 날린 것이 마요르카의 골대 왼쪽을 맞고 나갔습니다. 베스가 선수의 플레이를 보면 떠오르는 선수가 킥이 주무기인 소튼의 워드-프라우스나 레알 마드리드의 토니 크로스 선수인데 그 이유가 명확히 드러나는 이번 경기였습니다. 언급한 중거리 슈팅 이외에도 깔아차는 긴 패스로 마요르카의 수비를 허무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베스가 선수의 영향력이 충분히 돋보였습니다.
두 번째는 베르치체의 왼발 중거리 슈팅입니다. 아크 서클쪽으로 달려오던 베르치체 선수의 왼발 중거리 슈팅이 낮게 깔리며 마요르카의 골대를 또다시 강타했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이때 빌바오 관객석으로 카메라가 잡혔는데, 아쉬워하는 빌바오 팬들의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이 날 베르치체의 공격 영향력이 괜찮았습니다. 적절히 오버랩하여 크로스를 전개하거나 베렝게르와 합을 맞추며 안쪽으로 침투하는 등 마치 베티스의 알렉스 모레노와 같은 플레이를 보여주기도 하였습니다.
이 외에도 수많은 찬스를 맞은 빌바오였지만 골이 터지지 않았습니다. 후반전 니코 윌리엄스의 속도와 라울 가르시아의 신장을 이용한 헤더 등으로 마요르카를 계속해서 공략했지만 승점 3점을 따지 못한 빌바오의 입장에서는 꽤나 아쉬운 경기였습니다. 이렇게 골을 허용하지 않았던 마요르카의 가장 큰 비결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마요르카의 새로운 수문장, 라이코비치
마요르카는 이번 이적시장에서 새로운 골키퍼를 영입했습니다. 바로 랭스의 라이코비치인데요, 새로운 라리가의 개막전부터 빌바오라는 부담스러운 팀을 상대로 MOTM을 받으며 엄청난 활약을 했습니다. 이날 빌바오가 무려 23개의 슈팅을 기록하며 맹공을 퍼부었는데, 라이코비치는 맨 오브 더 매치에 이름을 충분히 올릴 만큼 엄청난 선방을 선보였습니다. 쿠르투아나 오블락처럼 엄청난 반사신경을 자랑했던 라이코비치는 박스안에서 6개의 세이브, 그리고 4개의 다이빙 세이브를 기록하며 입이 떡 벌어질만한 활약을 했습니다. 전 시즌 강등권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난 마요르카는 든든한 수문장을 얻게 되어 참 다행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리-마요르카
-공격 시 이강인이 맡는 역할이 전 시즌보다 훨씬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일차적으로 수비진에게 볼을 받는 이후부터 탈압박, 전개, 패스, 반칙 유도까지 공격의 전 과정을 혼자서 떠맡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쿠보 선수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으려면 이강인과 함께 할 미드필더가 필요해보입니다.
-라이코비치라는 든든한 수문장을 얻게 된 마요르카는 다시 공격에 집중할 차례라고 보입니다. 무리키라는 라치오 산 장신 공격수의 맛을 전 시즌 봤지만, 언제까지 단편적인 공격루트만을 고집할 수는 없습니다. 다니 로드리게스의 속도를 이용한 좌측면 공략과 함께 우측면의 새로운 공격루트를 마련할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정리-빌바오
-중원 조합에서 베스가가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앞서 말한 그의 킥력을 이용한 빌바오의 공격이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빌바오의 베테랑 무니아인 선수 옆의 산세트 선수는 패스에 있어서 링크 역할을 잘 해주고 있지만 영향력이 크지는 않았습니다. 창의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는 자원인만큼 더 많은 활약을 기대해봅니다.
-이니고 마르티네즈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주로 공격을 했던 빌바오였지만, 향후 강팀을 만나면서 그 공백이 드러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비비안과 예레이 알바레즈의 향후 퍼포먼스가 중요합니다.
-이냐키 윌리엄스와 니코 윌리엄스, 윌리엄스 형제가 역시 속도와 피지컬을 이용한 공격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다만 니코 윌리엄스는 더 섬세한 볼터치를 더 가져간다면 향후 빌바오 공격에 더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마치며
라리가가 드디어 개막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예전부터 가장 좋아하는 리그인만큼 라리가의 개막이 이렇게 반가울 수 없습니다. 올 시즌 승격팀인 알메리아, 지로나, 바야돌리드의 경기들도 기대가 되는 동시에, 이번 경기에 나왔던 이강인 선수의 활약도 기대를 해봅니다.
오늘도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